미디어/저널리즘의 미래는 '소셜미디어'에 있을까?

2015년 짬봉닷컴

굳이 부연하지 않아도. 온라인/디지털, 그리고 소셜미디어의 부흥과 함께.. 기존 미디어/ 저널리즘 영역은 그 어느때보다 큰 도전에 직면해있습니다. 엘리트주의에 기반한 아젠다세팅 부터 정보/이슈의 확산, 심층/후속 취재 영역까지 '소셜라이징'해지고 있는건데요. Mobile first의 흐름과도 맞물려, TV부터 신문, 라디오까지 기존 미디어의 위기는 점점 고조되는 듯 합니다.(참고: TV 시청시간 줄고 스마트폰 이용시간 늘었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의 CJ, MBC 등 방송 컨텐츠 제작 사이트의 집단 유튜브 송출 중단 사건은 시사점이 있을텐데요..

다만, 미디어 영역 중에서도 뉴스/보도/저널리즘 영역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아 보입니다. 특히, 스타 연예인과 함께 TV, 전파라는 불가침 영역(채널)을 갖고 있는 미디어와 달리, 쉽게 교환 가능한 재화를 공유하는 신문/잡지의 타격은 더욱 크겠죠. 이런 상황에서 <미디어오늘>에서 지적하고 있듯(참고: 치명적인 포털 중독, 값싼 트래픽과 맞바꾼 저널리즘) 기존 저널리즘 사이트의 디지털&소셜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대한 대응은 효과적이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른바 '기래기'로 대표되는 저널리즘의 오늘에서 잘 알 수 있겠죠. 이 시점에서 미디어/저널리즘의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합니다. :)

이슈 발생과 전파, 확산 과정

과거와 달리 오프라인 미디어의 역할에 극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저널리즘의 '검색포털 적응기'

야후-다음-네이버에 이르러, '검색 포털'은 온라인상의 (선후야 어쨌든)컨텐츠와 트래픽 모두를 지배한, 바야흐로 '커뮤니케이션' 전반에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었습니다.(참고: 사람들은 왜 <네이버(NAVER)>를 싫어할까?) 더군다나 (혹, 세계 3차 대전이 발발하지 않는 한)이 구도는 당분간 변함없을 듯. 이렇게 검색 포털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기존 미디어/저널리즘이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는 사실 많지 않았습니다.

1) 검색 포털과 대립구도를 형성해보거나, 2) 자사 페이지의 트래픽으로 독자 생존하거나, 3) 이들을 활용하는 척하면서 사실상 기생하거나. 굳이 과거 조선일보 등의 네이버 기사 송고 중단과 유료화 시도를 언급하지 않아도. 1), 2)는 무위 혹은 미비한 효과를 거두었거나 거두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듯 합니다.

네이버 '뉴스스탠드' 변화의 역사를 보면 이는 더욱 극명히 드러납니다. 일단 뉴스스탠드에 포함되느냐 마느냐부터 전쟁인 것은 물론, 여기서 뉴스를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많은 언론사들이 울고 웃었죠. 다만, 이른바 '제목낚시' 혹은 '선정적 썸네일' 행태가 문제가 되어, 뉴스스탠드는 자의반 타의반 몇번의 개편을 거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사실상 유명무실.(언론사의 이름만 보여주고 '네이버뉴스'로 들어가면 연합뉴스를 중심으로 이슈를 분산시키는) 당시 트래픽이 반에반토막이 났다는 언론사와 이를 성토하는 기사가 줄을 이었던 기억입니다.

다만, 일련의 메인 노출 변화 과정에서 많은 언론사들이 온라인/디지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이 단순히 검색포털에 의존한 일종의 '미디어 검색 노출 최적화'였다는 것이 문제. 말하자면, '뉴스' 카테고리에서 자사 기사를 상위에 노출시키기 위한 건데요. 네이버의 사실상 방조아래(극악의 뉴스 카테고리 상위노출 알고리즘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죠) 이것이 어뷰징과 선정적 보도 행태로 심화 발전했다는 것은 어찌보면 필연적이라 하겠습니다. 말하자면, '충격', '헉', '알고보니', '여대생' 등의 제목으로 시작해, '한편 네티즌들은'으로 끝맺는, '이슈'만을 발빠르게 퍼나르는 자극적인 저품질의 기사를 대규모로 양산했다는 것이죠.

이는 결정적으로 미디어 '신뢰도'에 심각한 균열을 만들었습니다. 온라인 환경에서 포화상태까지 늘어난 미디어들의 또 다른 어뷰징과 선정적 보도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겠고요. 오프라인 매체 구독자와 수익의 동반 하락까지 더해졌죠. 사실 따지고보면, 블로그 보다 더 큰 추락을 경험한 것이 이 뉴스 카테고리가 아닐까요?

네이버 뉴스스탠드의 과거와 오늘 (첫번째, 두번째),

일부 어뷰징 형태의 기사를 모아 보여주는 이준행 선생의 '충격 고로케' 사이트 (마지막)

검색포털 VS 소셜미디어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디지털 생태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네이버-다음-구글의 3강 구도의 정립과 트위터에서 페이스북, 카카오로 이어지는 소셜미디어의 부흥이 그것입니다. 다만, 네이버를 중심으로 한 검색 포털의 위세는 적어도 국내에서만큼은 철옹성이라 보는데 이견이 없었는데요. 최근 발표된 닐슨코리안 클릭의 발표(2015년 1월 29일 자)를 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눈에 띕니다.

'모바일 분야 Top 사이트'입니다. 네이버를 바짝 추격하는 다음과 구글의 모습이 흥미로운데요. 여기에 티스토리(블로그)와 페이스북, 유튜브가 약진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분야 Top 애플리케이션'도 보시죠. 카카오톡-카카오스토리의 경우, 네이버의 순방문자를 압도 혹은 동등의 방문자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월 평균 이용시간도 흥미로운데요.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의 이용 시간은 네이버 대비 역시 압도 혹은 우위의 형국입니다.

사실 모바일을 통한 SNS 접속은 예상이 가능한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PC 분야'는 어떨까요? PC 분야 비교에서도 티스토리, 페이스북 등이 검색 포털과 대등한 구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뉴스/미디어는 이에 비해 지분을 많이 빼앗긴 모양세죠.

즉, 온라인/디지털 생태계의 현시점을 정리하자면. 소셜미디어가 검색포털을 1:1로 비교할 수 있는 수준까지 대등하게 올라왔다는 것입니다. 이는 과거와 같이 '검색포털에 노출이 되느냐 안되느냐'를 따지던 시대를 넘어서, 어떤 채널이 효과적인지를 고민해볼 수 있는 상황까지 왔다는 의미인데요. 해당 레포트에서 지적했듯이, 모바일 중심의 환경 변화를 감안한다면.. 소셜미디어 미래는 포털 대비 더욱 밝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소셜미디어 시대, 흥하는 미디어의 몇가지 요소

급격히 변화하는 온라인/디지털 환경에서 미디어/저널리즘의 미래는 어디에 있을까요? 주지하다시피, 소셜미디어 환경에서 더욱 '흥하는' 미디어는 분명히 있습니다. 아직 몇가지 제한점이 있기는 합니다만, 발전 속도와 방향을 보면 이미 전통미디어의 언저리까지 바짝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 허핑턴포스트, 위키트리, PPSS, 미디어오늘, 디스패치, 뉴스타파, 고재열기자, 딴지라디오 등을 들 수 있겠죠. 다만, 여기서 말하는 '흥하는'이란, 꼭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해당 미디어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는... 이들의 성공 요소를 몇 가지로 나누어 정리해보았습니다.

#1. 소셜한 시대에 최적화된 소셜라이제이션 미디어

흥하는 미디어의 가장 큰 특징은 소셜미디어에 최적화된 미디어라는 점일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소셜미디어 시대에 친근한 매체를 통해 기사를 '유통'시키는 것은 물론, 소셜미디어 상의 이슈와 밀접하거나 SNS를 통해 검증된 아젠다를 기사로 차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셜 상의 여론과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차용/반영/후속 보도하는 2 way Comm. 방식을 차용하기도 합니다. 기존 종이 신문의 독자코너에서 벗어나 기자와 독자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feedback이 곧 source가 되는 것. 이슈큐레이션 미디어 PPSS에서는 특정 이슈의 트윗을 모아 기사화하기도 하는데요. 허핑턴포스트, 인사이트 등의 미디어는 스스로를 기자가 아닌 '에디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렇게 소셜라이제이션을 통해 제작된 기사, 컨텐츠는 그 자체로 훌륭한 스토리텔링 요소를 갖게 되고 소셜 상에서 접점의 후킹 요소를 갖추게 됩니다. 모든 이슈에 '물타기'해 어뷰징을 시도하는 일부 미디어와 뚜렷한 차별점이 있었다 하겠습니다.

#2. SNS 유저들에 최적화된 미디어

이러한 미디어/저널리즘은 철저하게 SNS 유저의 눈높이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1과 같은 소셜라이제션은 물론, 기사의 톤앤매너를 전통 기사와 달리, SNS유저화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사의 구성이나 어휘, 문장 구성 등은 소위말해 '거침'이 없는데요. 얼마간 가벼운 톤앤매너는 다양한 시도와 스타일, 문법을 구사하게하고 빠르게 순환하는 소셜미디어 채널에서 호응을 받게 만드는 것이죠. 팟캐스트 방송 '그것은 알고 싶다'는 시사, 문화, 경제에 대한 다양한 이슈는 물론, SNS의 화제를 유저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시사인> 고재열기자의 블로그 역시 SNS에 특화된 방식과 주제, 어법을 통해 언론인의 깊고 빠른 인사이트를 제공해주고 있죠.

#3. 기자가 아닌 '소셜 필진'

기존 미디어와의 큰 차별점은 '필진'에서도 드러납니다. 다만, 허핑턴포스트, 인사이트, 위키트리와 같은 경우와 PPSS, 슬로우뉴스같은 경우를 나눠서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전자는 소셜, 디지털 상의 스토리와 이야기를 기자(혹은 에디터)들이 가공해 기사화하는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작권과 관련한 이슈가 자주 발생하고 있기도 하죠. 후자는 소셜상의 WOM을 그대로 필진으로 초빙합니다. 적은 인력, 구조로 거대 담론을 이끌어가는 힘이기도 하겠습니다. 각 분야에 포진한 필진들은 실제로 파워 블로거, 트위터러, 페이스북 등의 영향력있는 SNS 유저들로 컨텐츠 능력-전문성-영향력을 모두 담보하는 컨텐츠를 만들어냅니다.(물론 저같은 잉여도 가끔 필진이 되는 우를 범하기도 합니다..) 미디어오늘의 다양한 필진도 후자에 해당하는데요. 애초에 일반인을 트레이닝해 기자로 만드는 것이 아닌, 사안별 전문가를 필진으로 활용하는 형태는 그 자체로 온라인/디지털 환경에서 많은 이점을 갖고 시스템이라 하겠습니다.

#4. 롱테일에 집중한 사안별 심층 취재

온라인/소셜미디어 시대는 롱테일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되는 다품종 소량 생산 & 다양한 needs가 표면화되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일련의 새로운 미디어들은 이에 집중해 다양하고/특화된 사안에 심층된 앵글 설정, 취재를 진행합니다. 잠입 파파라치 사생활 취재로 유명한 디스패치, 시사 영상 분야에 특화된 미디어몽구, 제품/IT에 특화된 얼리어답터가 이에 해당됩니다. 슬로우뉴스는 아예 느리지만 정확하고 심층화된 기사를 모토로 운영되고 있기도하죠. 이런 미디어들은 온라인/디지털에 특화된 구조와 운영을 바탕으로 기존 theme 별 잡지보다 더 빠르게 더욱 세분화된 사안에 '심층적'으로 접근합니다. 이른바 고퀄리티의 컨텐츠를 생산해 특화된 needs에 부응하는 것인데요, 규모 상 '시즈널리티'보다는 '퀄리티'에 더욱 집중해 꾸준한 컨텐츠 만족도와 신뢰도를 쌓았다는 것도 기존 미디어에 대항하는 힘이 되었다 하겠습니다.

#5.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의 대안 미디어

2013년 대선 이후, 미디어 환경에 대한 성찰 역시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고 흥하는 배경이었겠습니다. 뉴스타파, 미디어오늘, 미디어몽구가 일정 부분 여기에 해당될텐데요. '나는꼼수다'에서 이어지는 딴지라디오 부흥도 대선 과정에서의 부채의식과 함께, 대안 미디어로서의 가능성이 주요 요인이었겠습니다. 사실 기존 미디어의 '신뢰도' 저하와 함께, 그들의 문법을 이해하는 참신한 미디어의 등장은 그 자체로 신선하게 유저들에게 어필했을텐데요. 허핑턴포스트는 되지만, 한겨례는 점점 어려운 이유도 일정 부분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6. 노출 & 전달 방식의 페러다임 전환

기존 미디어가 검색포털에 집중하고 있을 때, 이들 흥하는 미디어들은 페러다임의 전환을 시도했습니다. 말하자면, 뉴스카테고리->이에 더한 웹사이트 카테고리, 온리 네이버 -> + 다음, 구글, 또한, 팟캐스트, 팟빵, 사운드클라우드, 유튜브 등의 새로운 매체 발굴 등 매체의 다변화, 효율화, 최적화입니다. 다시말해, 포화된 카테고리를 벗어나 원 소스 멀티유즈 측면의 접점 다변화 & 노출 극대화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방법적으로는 SNS의 특성과 운영/컨텐츠 기획을 잘 이해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는 부분도 빼놓을 수 없겠죠. 애초에 온라인/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 이를 자신의 전장으로 삼은 미디어기에 기존 미디어의 시각이나 방법론과는 그 '날'부터 달랐겠습니다.^^ 허빙턴 포스트의 채널 다변화 전략(참고: “탐사보도 매체? 우린 뉴스 포털” 김도훈 허핑턴포스트코리아 공동편집장 인터뷰), 기존 미디어를 압도하는 허핑턴포스트, 인사이트 등의 SNS 페이지 운영이 좋은 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