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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와 생각

'언프리티 랩스타(Unpretty Rapsatr)'의 여성들이 불편한 이유

2015년 짬봉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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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프로그램과 나가수를 적절히 믹스한 힙합판 뮤직배틀프로그램(..) '쇼미더머니'를 소재로 광대역 어그로를 시전한지 얼마지나지 않은 듯한데.. (요 글을 참고하면 되겠습니다. <쇼미더머니>와 한국힙합 디스.. 흑인 따라쟁이들 2탄 , 한국 힙합.. 그리고 흑인따라쟁이들 ) Mnet에서 힙합을 다시 중심에 둔 새로운 음악 프로그램을 런칭했습니다. 이름하야 '언프리티 랩스타(Unpretty Rapstar)'


이름부터 도발적입니다. '언프리티' 한 '랩스타'인데.. 면면은 여성들입니다. 힙합하면 많이 떠올리는 쎈, 거친, 디스 등의 이미지에 K-hiphop 여성 랩퍼의 위치를 더해 예쁘지 않다를 주창합니다. 말하자면, 힙합을 좋아하던, 좋아하지않던, 여성 래퍼들에게 편견이 있던 없던, 그 근저의 감정선을 잘 캐치한 제목-컨셉이라 아니할 수 없겠습니다. 지난 주말 2편까지의 언프리티 랩스타 방송분을 몰아봤는데요.. 그리고 든 생각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1. 역시 CJ다. 어떻게 만들면 재밌을지 안다만...

#2. '언프리티 랩스타'라는 제목과 컨셉은 어떤 면에선 절묘하겠고, 어떤 면에선 매우 폭력적이겠다.

 


 


'언프리티 랩스타(Unpretty Rapsatr)'의 여성들이 불편한 이유


힙합 리스너들에게 여성 힙합퍼들은 어느 정도의 위치일까요? 개인적인 감상을 말해보자면... ' T 윤미래'말고 현직에서 떠오르는 이가 딱히 있나요? 1) 과거에만 명멸했거나 2) 과거는 한때의 치기이고 업종 변경했거나 3) 현직에서는 새파랗거나 - 윤미래 따라쟁이거나. 이는 '락'이나 '힙합'이 갖는 장르적 특성에서 기인하지 않을까 합니다. 어쩄거나 '저항'을 근저에 두고 있는 음악입니다. 하는 사람도 받아들이는 사람도 아직 우리내 상황에서 '힙합하는 여성'들이 헤쳐나가고 받아들여져야 할 상황이 남성 대비 더더더욱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는 이야기.


물론, 그럼에도불구하고 열심히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여성 랩퍼들도 많겠습니다. 다만, 언프리티 랩스타가 그런 이들로 멤버를 잘 구성했다.... 방송에서 제시도 지적했듯, 저 역시 동의하기 힘듭니다. 또 다만, 한편에선 쇼미더머니 전작들의 연장 선상에서 보면, 제작진의 명밀함이 극적으로 엿보이는 것이 이 멤버 구성이기도 합니다. 이건 안뜨기 힘든 구성인것이다.(...) 암튼 이 글의 주제와는 거리가 있으므로 논외로.

Jessi. 그녀의 실력은 논외로 하고. 그녀가 현재 진행형의 힙합래퍼인가..?

(사진과는 연관이 없..)


이야기로 돌아가봅시다. 이런 힙합scene의 상황에서 '여성성'을 전면에, 혹은 그 기저에 둔 것으로 보여지는 프로그램이 이 언프리티 랩스타라는 것입니다. 다만 결론적으로 언프리티 랩스타가 주장하는 '여성성'은 어떤 면에서는 평범하고 그러기에 괴랄할 정도로 비정상적입니다. 이 여성성이 '남성' 혹은 '주류의 그것'에 의한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어떻게 보면 폭력적으로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죠. 


말하자면, 랩퍼들에게도 '예쁘다' or '예쁘지 않다'의 이중잣대를 노골적으로 드리우는 제목은 차치하더라도, 이 남성적 시각은 '여자들끼리 모이면 불편하다' 혹은 '여자들의 적은 여자다'를 논증하는 형태로 구성됩니다. '실력' 보다 '이슈'에 좀 더 방점을 찍은 듯 한 멤버들은, 첫 만남부터 그 갈등을 필요이상으로 강조 & 극대화하는 모습으로 카메라에 담깁니다. 첫번째 미션이 영상을 찍는 것이고, 영상미가 그 판단의 근거이며, 미션을 수행하기 전에 의상을 고르고 화장을 하도록 배치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첫번째 미션의 평가를 그 자신들에게 맡겨 갈등을 구체화하는 것은 어떻고요. '언프리티'하고, '거친' 여성들이 '프리티'해지기 위한 다툼을 '힙합'을 차용해 보여주는 것. 힙합 프로젝트런웨이코리아 랄까요..


개인적으로 경기도의 딸, 티머니로 키운 자식(...) '키썸'과 함께,

가장 가능성이 보이는 랩퍼는 이 아이돌 친구가 아닌가 싶다.

따지고말해, 윤미래의 아우라를 벗어나는 이들은 이들 둘 뿐이다.

 

이 긴장을 해소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필연적으로 산이라는 '남자' MC입니다. MC와 함께 할때만 이 긴장의 끈은 완화됩니다만, 언프리티한 여성들은 유독 이 남자들에게만 환한 미소를 보이고 자신을 어필하려 애씁니다. MC는 노골적으로 아이돌 리지의 외모를 화제로 삼으며 화답합니다. 타이미가 자신보다 일천한 경력의 지코를 무시하는 것은 치기어린 행동으로 치부되어버리죠. 실제 현장이 어떻건. 


특히, 전작이라고 할 수 있는 '쇼미더머니'와 비교해, MC의 역할은 지극히 제한적이며, 실질적으로 프로그램은 참가한 여성들이 이끌어나갑니다. 이러한 문제는 실제 미션에서 표면화됩니다. 프로듀서로 등장하는 이들은 현재 3회까지 모두가 남성입니다. 남성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에서 여성 랩퍼들이 고군분투하는 것이죠? 그런데 남자 MC와 프로듀서의 심사에 '랩'은 그다지 부각되지 않습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진지하게 스킬과 플로우를 이야기하는건 참가자들의 몫입니다.(기묘하게도요) 참가자들의 연습, 무대 장면은 '퍼포먼스'에 촛점이 잡혀 있고, 산이나 프로듀서 지코는 애매모호한 기준과 무대위의 모습을 기준으로 심사할 뿐입니다. 전작에서와 같은 랩퍼 vs 랩퍼의 대등한 시각과 평가는 찾기 어렵습니다. 극단적으로 1등을 한 지담이 지코와 코업하는 과정은 물흐르듯 지나가고 결과물은 멜론에서 들으랍니다.^^ 말하자면,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실력'은 우선 순위가 아닌겁니다. 힙합은 수단일 뿐, 프로그램의 목적지는 아닙니다.


언프리스타의 랩스타들은 랩퍼가 아니라, '여자'일 뿐이다.

 


물론. 이런 구성과 편집이 이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만드는 핵심 포인트라는데 동의합니다. 다만 바로 이러한 지점들이 언프리티 랩스타의 여성들이 불편한 이유입니다. '여자들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라고하죠? 가만히 살펴보면, 소위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나라들과 우리네의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궤를 조금 달리합니다. 이는 이들이 '그룹'으로 묶였을 때 잘 들어납니다.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의 학습과 강요를 굳이 상기하지 않아도, 여자들의 그룹과 남자들의 그룹을 바라보는 시각과 그안에서 그들의 행동이, 이른바 선진국과 다르게 나타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문제는 (결국 모두가 피해자인)'남성', '여성'에게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일반적으로 사회적인 강자의 위치에 있는 남성들은 사회적인 배려와 용인 속에 남성성을 규정하고 강화합니다. 모든 남자들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거치게되는 군대라는 존재가 이를 세습시키는데 주요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다만, 반대의 입장에 있는 여성들은 여성성의 강화가 그들의 위치를 더욱 부자연스럽게 만들 뿐입니다. 이는 독립된 존재로서의 개체가 아니라, 남성이란 생물학적 대상을 통해서만 자신을 투영하는 종속적 존재로 스스로를 한정하고- 당연시하며-지속적으로 세습시키는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언프리랩스타는 바로 이 지점을 정확히 파고들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재미있으면서도 매우 폭력적으로 불편한 이유입니다.


by 산이